▲ 지난 7일 일본과 동시 발매된 PS비타용 액션게임 '소울 새크리파이스'
휴대용 게임기 PS비타의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히는 액션게임 ‘소울 새크리파이스’가 지난 7일(목) 일본과 동시 발매됐다.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록맨’과 ‘귀무자’ 등, 숱한 인기 액션게임을 제작해온 이나후네 케이지의 신작이라는 점에 발매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게임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지난 수년간 ‘일본 게임 산업은 망했다’ 나 ‘일본 개발자들은 우물 안 개구리’ 등 폭탄 발언을 해왔기에, 게이머들은 그가 만든 액션 게임이 얼마나 대단할지 지켜봐 왔다. 과연, 이나후네의 신작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전에 없던 재미를 증명했는가, 그리고 이를 통해 주춤하고 있는 PS비타의 ‘킬러’ 타이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봤다.
▲ 다수의 인기 액션게임을 제작해온 이나후네 케이지
'소울 새크리파이스'가 그의 신작이라는 점에 관심도 높다
애니메이션과 소설이 혼합된, 읽고 감상하는 스토리
‘소울 새크리파이스’의 스토리는 니뮤와 멀린, 그리고 의문의 마도서 리브롬에 얽힌 이야기를 풀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여기에 터치로 페이지를 넘기며 이야기를 체험하는 독특한 구성은 실제 책을 넘겨 읽듯 흥미진진하다. 더욱이 페이지에 따라 캐릭터나 배경이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기법이 더해져 읽고 보는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 실제 책을 읽는 듯한 독특한 구성, 여기에 풀음성으로 꾸며져 읽고 듣는 재미를 더한다
▲ 여기에 특정 페이지에서는 움직이는 애니메이션도 등장해 '보고 듣고 읽는'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있다
내용 역시 마법사간의 얽히고 섞이는 흥미로운 구성에 반전과 감동이 더해져 한 편의 하드코어 스릴러를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전투를 통해 특정 마물을 처치해야만 표시되지 않는 다음 페이지를 읽을 수 있다. 이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켜 마물 퇴치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게임 플레이를 지속하게 되는 순기능으로도 작용한다.
▲ 감동과 반전의 연속인 흥미진진한 스토리
하지만 이 모든 감동이 온전히 전해지는 것은 일본어를 알고 있는 플레이어로 제한된다. 게임에서는 각종 설명을 비롯하여 텍스트의 비중이 높고, 레벨 업에 따라 콘텐츠가 하나 둘 해금 되는 방식이라 친절하게 콘텐츠에 대해 설명해주는 기능도 많다. 하지만 언어 장벽 때문에 재미가 반감된다.
▲ 피할 수 없는 언어 장벽, 특히 메뉴 안에 메뉴 같은 구성덕에 원하는 모드를 못찾아 헤매기도...!
잔혹함의 끝을 보여주는 액션과 연출, 반대로 조작은 쉽다
‘소울 새크리파이스’의 액션은 괴기스럽고 잔혹하기까지 하다. 게임에서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법은 마나를 소모해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일반 상식에 벗어나 있다. 사용되는 마법은 모두 재물을 필요하며, 일부 마법은 자신의 신체를 대가로 발동하기도 한다.
특히 대가로 바쳐지는 재물의 등급에 따라 마법의 파괴력도 다르다. 이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희귀 재물을 사용한 마법은 고유 연출이 펼쳐진다. 연출에 따라 시전자나 해당 재물의 신체가 뒤틀리거나 상상 못할 존재로 변모하기도 해 공포까지 유발한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필요로 하는 등가교환의 법칙을 잔혹한 측면에서 잘 표현했다.
▲ 재물에 따라 마법의 파괴력이 달라지는 게임 속 등가교환의 법칙
▲ 일반적인 상식에 벗어난 괴기한 마법도 다수 존재한다
반대로, 강한 재물(마법)일수록 마물 퇴치가 손쉽겠지만, 재물의 수는 한정되어 있어 매 게임 쉽지 않은 싸움이 계속된다. 여기에 적들의 인공지능도 높아 10번 도전해 절반 이상은 퇴치 실패를 맛볼 만큼 어렵다. 싱글 캠페인은 오로지 혼자서 해결해나가는 모드인 만큼, 플레이 초반에 좌절도 많이 겪는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순전히 재물 노가다를 동반한 반복 플레이밖에 없어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또한, 화려한 연출을 자랑하는 탓에 플레이 타임에 비례해 타 게임보다 눈이 쉽게 피곤함을 느낀다.
▲ 대부분 마법 사용에 필요한 재물엔 횟수 제한이 있고, 적들의 인공지능도 높아 초반 진입 장벽은 높다
앞서 플레이 난이도가 어렵다고 혹평했지만, 이에 반해 조작은 굉장히 간단하다. 회피(X 버튼)를 제외한 나머진 버튼에 각각 2개의 재물을 장착할 수 있다. 총 6개의 재물(마법) 중 하나의 마법만 사용할 수 있어 마법을 발동한 이후에는 해당 버튼을 연타하면 그뿐이다. 이는 버튼을 누르는 순서에 따라 액션이 달라지는 여타 액션 게임과 비교해 굉장히 쉬운 편에 속한다.
▲ 다행히 연타만 반복하면 되는 간편한 조작 덕에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여기에 재물에 따라 근거리, 원거리, 소환, 방패 등 다양한 효과의 마법을 발동할 수 있어, 마물에 따라 혹은 취향에 따라 사용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재물의 종류가 수십 여 개에 육박해 일일이 획득해 사용해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플레이타임이 동반된다.
등가교환의 법칙이 적용되는 ‘구원’과 ‘희생’ 시스템
‘소울 새크리파이스’ 재미의 핵심은 ‘구원(L 트리거)’과 ‘희생(R 트리거)’ 시스템이다. 앞서 언급한 등가교환의 법칙이 또 한 번 적용되는데, 플레이 중 체력이 다해 빈사 상태에 빠진 재물(마물, 캐릭터) 앞에서 구원과 희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지므로, 순간적인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
▲ '구원'과 '희생'의 중, 선택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바뀔수도 있다
‘구원’은 체력 회복과 방어력이 올라가고, ‘희생’은 마법 사용해 필요한 재물을 회복하며 공격력이 올라간다. 특히 빈사 상태의 동료를 앞에 두었을 때 고민은 극에 달한다. 인공지능이 높은 적들은 끊임없이 플레이어를 노리고, 더 강력해지기 위해 빈사 상태의 아군을 삼키러 오는 마물까지 등장해 오래 내버려둘 수도 없다.
일반적으로 동료를 ‘구원’해 다시 전장을 복귀시키는 것이 보스 퇴치에 적절한 판단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조금 다르다. 만약 동료를 ‘희생’하게 되면, 필드 전체에 강력한 마법이 발동돼 적들에게 큰 대미지를 안겨줘 효율만 따지자면 동료를 ‘희생’시키는 쪽이 마물 퇴치에 효율적이다.
▲ 체력을 회복하고 방어력 상승 효과가 있는 '구원'과
▲ 재물 사용 횟수 회복과 공격력을 올려주는 '희생'의 선택에서 플레이어는 계속 갈등한다
하지만 ‘희생’은 아군 플레이어와의 신뢰를 깨트리는 일이라, 반대 상황에 놓일 시 내가 재물이 될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눈앞의 상황을 넘기느냐, 아니면 좀 더 멀리 내다보는가에 대한 플레이어 개개인의 판단이 게임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한 번만 들어도 빠져드는 매력적인 ‘OST’
유명 작곡가를 기용한 음악도, ‘소울 새크리파이스’의 재미를 높였다. OST는 일본의 유명한 게임 음악 작곡가 미츠다 야스노리와 호코야마 와타루가 담당해 스테이지, 전투, 보스, 캐릭터 주제곡에 이르기까지, 총 32곡이 제작됐다.
특히 매료된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게임의 어둡고 음침한 세계관을 음악으로 깊이를 더했다. 풀 오케스트라로 제작돼 듣고 있으면 장엄하기까지 하다. 게임에서 OST가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고 여기는 플레이어라면 눈여겨봐도 좋다. 개인적으로도 게임 내 별도로 OST만 들을 수 있는 모드가 없다는 게, ‘소울 새크리파이스’의 가장 큰 단점이라 꼽고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싱글 캠페인과 동등한 환경을 자랑하는 ‘멀티 플레이’
인터넷 환경에서는 멀티 플레이(협동 모드)도 즐길 수 있다. 협동 모드에서는 총 4명의 아군 플레이어가 마물 퇴치부터 보스 릴레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션에 도전이 가능하다. 여럿이서 함께 플레이하기에 수월한 면도 있지만, 싱글 캠페인 이상으로 어렵다. 그만큼 더 고급 재물을 보상으로 얻을 확률이 높게 설정되어 있어 보다 빠른 캐릭터 성장을 위한 창구 역할도 겸하고 있다.
▲ 입장에 필요한 로딩 시간을 제외하면, 싱글 캠페인과 동등한 환경을 자랑하는 온라인 협력 모드
플레이어는 멀티 플레이 모드 접속과 함께 방을 직접 생성하거나 타 플레이어가 만들어 놓은 방에 진입할 수 있으며, 메뉴에서 다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과 재물 선택 등의 세부 설정이 가능하다. 특히 자신의 현재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채팅 용어(총 56개)를 갖춰둬 친목 도모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 자신은 물론 상대 플레이어의 재물 선택과 복장 등등, 상세한 열람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서버 관리가 잘 되어 있다. 방 접속 시 걸리는 약 7초의 로딩 시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싱글 캠페인와 같은 환경에서 즐기는 듯한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기자도 협동 모드 플레이 중 갑작스런 끊김과 멈춤, 그리고 팅김 현상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는 로딩에 걸리는 시간을 비롯하여 알 수 없는 오류가 난무하는 타 PS비타 게임의 멀티 플레이와 비교해 칭찬받기 충분하다.
▲ 싱글 캠페인보다 더 어렵지만, 그만큼 희귀 재물을 획득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허풍’이 아니었다
역시 이나후네 케이지였다. 그의 폭탄 발언은 ‘소울 새크리파이스’로 허풍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냈다. 무엇보다 하드코어한 액션 연출과 간편한 조작, 그리고 읽고 감상하는 스토리와 깊이를 더해주는 OST까지, 단점이나 아쉬운 점이 드물어 액션 게임으로써 호평받기 충분하다.
한편,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올여름 자막 한글화돼 재출시될 예정이다. 구입을 망설인 게이머라면, 조금 기다리더라도 꼭 한글로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한 PS비타에도 ‘킬러’ 타이틀이 등장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