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의 ‘차원’이 다른 게임(스포어)
2005.06.10 09:56게임메카 김재권
도시와 사람으로는 만족 못한다 이거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 디자이너 중 한 명이며, 가장 창조적인 마인드를 가졌다고 평가
받는 윌 라이트. 심시티와 심즈 등 혁신적인 스타일의 게임들을 만들어온 이 천재
게임 디자이너가 사람의 인생을 갖고 주무르는 걸로는 부족했는지, 이번에는 아예
생명의 ‘진화’ 자체를 주무를 수 있는 게임을 내놓았다. 바로 이번 E3 2005에서
처음 공개된 ‘스포어(Spore)’가 그 주인공! 등장하자마자 E3 게임 비평가상 4개
부분을 독식해버릴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준비된 대작을 미리 살펴보자.
생명체의 진화과정을 주물러보자!
스포어는 간단히
말해서 플레이어가 한 원시 생명체를 진화 시켜서 고등생물로 키워내는 게임이다.
재미있는 것은 플레이어가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하나하나에 모두 개입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 마음만 먹으면 파충류를 진화시켜서 ‘V’에 나왔던 다이애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게이머는 한 미생물의 인생(?)을 책임지게 된다. 미생물은 뭐하고 살아야 할까? 이 무뇌(無腦) 생물들이 야구를 하고, 축구 중계를 보며 “대한민국!”을 외칠 리는 없는 법! 최우선 목표는 바로 다른 미생물과의 생존경쟁을 통해 ‘아둥바둥’ 살아남는 것이다. 다른 작은 미생물들은 보이는 대로 먹어 치워서 영양분으로 삼아야 하고, 다른 거대한 미생물들이 보이면 앞뒤 가릴 것 없이 도망가야 한다. 이렇게 몇 세대를 살면서 ‘진화 포인트’를 얻으면, 이를 이용해서 미생물을 진화시킬 수 있다.
생명체를 진화시킬 때는 단순히
‘털 하나’를 붙일 수도 있으며, 몸집을 크게 불릴 수도 있고, 눈을 하나 더 달아줄
수도 있다. 선택은 자유지만,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생명체의 외모나 능력,
진화과정이 판이하게 다르니 신중해야만 할 것이다.
계속 진화하다 보면 이제 미생물은 어류와 양서류를 거쳐서 마침내 파충류나 포유류, 조류 같은 육지생물로 진화한다. 육지생활 초기에는 그 이전과 마찬가지로 ‘생존’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하지만 조금 더 고등생물이 된다면 이제 ‘무리’의 형성에도 신경을 써줘야 한다.
다른 이성 동물과의 짝짓기를 통해 개체 수를 늘리고, 열심히 진화 포인트를 투자해서 두뇌를 키워 환경변화에도 능동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이 조그만 원시생명체가 마침내 ‘사회’를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해, 인간과 비교할만한 고등생물까지 발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사회를 형성하고, 그 생명만의 ‘문화’를 만들었으면 이제 다른 문화를 가진 생명체들과 접촉하게 된다. 그들과 전쟁을 벌일지, 아니면 평화롭게 서로 교류할지 결정하는 것은 게이머의 몫. 어떤 선택을 했든 간에 다른 문명에 뒤지지 않을 만큼 문화와 과학기술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만약 이에 뒤진다면 아주 자연스럽게 게이머가 만든 문명은 도태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다른 플레이어의 아이디어도 즐긴다!
그런데 이 같은
게임진행 방식에는 치명적인 결점이 하나 있다. 우선 방대한 세계관을 구성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생명체가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개발자가 많은 생명체를 구성해두거나
플레이어가 스스로 창작성을 발휘해 수많은 생명체를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창의성에 한계 때문에 그 수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개발자
혹은 플레이어 혼자서 창조해낼 수 있는 생명체란 수적으로 제약이 있다는 얘기다.
스포어는 이런 결점을 온라인으로 해결하고 있다. 어떤 플레이어가 스포어를 플레이하면서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어내면, 이 생명체에 대한 정보는 자동으로 ‘스포어 마스터 온라인 서버’에 업로드된다. 이렇게 수집된 ‘생명체 샘플’들은 마찬가지로 필요에 따라서 자동으로 플레이어의 컴퓨터에 다운로드된다. 예를 들어서 어떤 플레이어가 하나의 혹성을 만들었는데, 이 혹성에 육식동물이 너무 부족하다면 게임은 자동으로 ‘마스터 온라인 서버 데이터 베이스’를 검색해 필요한 생물체를 찾아 다운로드해서 혹성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마치 MMO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듯한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플레이어는 무한한 창조물을 자신의 모니터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종목표는 우주여행
게이머의 최종목표는 바로 우주선을
만들어, 우주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우주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만들기만 하면 다른 혹성으로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혹성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다른 혹성으로 이동하면 높은 수준의 과학력을 이용해서, 혹성의 생물들을 지배하는 등 개발을 계속해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혹성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혹성을 원하는 대로 탐험하고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의 생명은 그야말로 무한대. 당신이 늙어 죽을 때까지 플레이해도 끝을 볼 수 없을지 모른다.
조그만 미생물에서부터 시작해서 우주 전체를 대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스케일을 가진 게임 ‘스포어’는 내년 3/4분기에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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