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인크래프트 문제는 이미 10년 곪은 상처다
2021.07.09 13:55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최근 셧다운제가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셧다운제 관련 이야기가 이렇게 많이 들린 것도 거의 10여년 만이다. 그 중심에는 연말부터 성인만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으로 전환되는 마인크래프트(자바 에디션)가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주요 게임 전문지에서도 연이어 이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사실 게임 기자로서 이 이야기가 지금에서야 이슈가 된 데에 대해 아쉬우면서도 반가운 묘한 기분이 든다. 본래 이 주제는 짧게는 마크 자바 에디션 편입이 발표된 작년 10월, 길게 보면 2011년부터 지속된 곪아 터진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시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를 PC온라인 뿐 아니라 Xbox 라이브와 PSN에도 확대 적용시켰고, 서비스 사업자인 소니와 MS는 글로벌 서비스에서 한국 유저들에게만 연령 확인과 이용 제한을 거는 새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결국 양사는 고민하다가 미성년 이용자 가입과 이용을 막아버리는 비교적 쉬운 방법을 통해 부담을 덜어냈다. 닭 잡는 칼을 새로 마련하기 뭐하니 갖고 있던 소 잡는 칼을 휘두른 셈이다.
그것이 2012년 일로, 그 후로 9년 동안 콘솔 게임은 게임위 등급에 상관없이 반쯤은 청소년 이용불가나 다름 없었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 도박 요소가 전혀 없는 게임이라도 멀티플레이 연결이 필수라면, 심지어 교육용 게임이더라도 실물 패키지 없이 다운로드판만 출시된다면 미성년자 게이머들은 이를 이용하지 못했다. 현재는 뒤늦게 온라인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닌텐도까지 미성년자의 e숍 등 이용을 막은 상황이다.
이는 청소년의 야간 게임이용을 막고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셧다운제의 본질과도 상당히 동떨어진 현실이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시행 초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관심사에서 밀려나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반대 목소리가 크지 않아서였다. 당시만 해도 국내엔 콘솔 게임 이용자가 비교적 적었다. 2012년 기준 국내 콘솔 시장 매출은 1,600억 원으로, 현재의 20% 수준이었다. 그 중 셧다운제에 걸리는 저연령 이용자 비율은 그리 높지 않았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목소리는 더 작았다.
그렇게 탄생한 이 괴상한 구조는 지금까지 유지됐다. 지난 19대, 20대 국회에서 셧다운졔 폐지법이 발의된 당시에도 법안 자체의 실효성 관련 얘기들만 나왔을 뿐, 이러한 불합리성에 대해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애초에 셧다운제 관련 논의부터가 2011년 이후 사실상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었다. 이후 게임 질병코드나 확률형 아이템 규제 등이 현안으로 떠오르며 셧다운졔 폐지는 더더욱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런 의미에서 마인크래프트 성인 게임 이슈는 예상치 못한 한 방이다. 마인크래프트는 인디게임으로 시작해 MS에 인수되며 Xbox 라이브로 편입된 독특한 게임으로, 셧다운제 시행 당시엔 영향을 받지 않았다가 최근에서야 그 울타리에 편입된 사례다. 일반적으로는 게임 하나 더 무덤에 들어간다 정도의 이슈였겠지만, 마인크래프트가 갖는 위상은 그 정도가 아니다. 초등학생은 물론 미취학 아동들까지도 마인크래프트 방송을 보고 게임을 즐길 정도로 광범위한 인기를 끈 데다, 개인방송 진행자 사이에서도 수 년간 스테디셀러로 자리해왔다. 여기에 블록을 쌓아서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마인크래프트의 특성은 교사연수에 사용될 만큼 교육 현장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에 편입되는 것으로 모자라 사실상 청소년 이용불가가 된다는 점은 10년간 꾸준히 제기해 온 것보다 더 큰 파급력을 내고 있다. 그간 어떠한 반발 여론에도 꿈쩍 않던 여성가족부는 물론, 청소년 가입을 모두 막아버렸던 MS에서도 개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나설 정도다. 여야는 물론 여가위 간사도 셧다운제 폐지법을 잇따라 발의했다. 셧다운졔 폐지법이 연말에 국회를 통과한다면, 마인크래프트는 10년간 곯아온 셧다운제와 그로 인한 상처를 한 방에 날려버린 신화적인 게임으로서 업계에 이름을 남기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