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 인디·소규모 개발사에는 런타임 요금 안 받는다
2023.09.23 17:36 게임메카 신재연 기자
다운로드 횟수에 따라 추가 요금을 부과하겠다며 개발자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유니티가 한 발 물러났다. 인디·소규모 개발자가 주로 사용하는 유니티 퍼스널에 대해서는 다운로드 당 발생하는 런타임 요금을 받지 않기로 선회한 것이다.
유니티는 23일, 온라인 방송을 통해 기존 발표에서 수정한 새로운 가격제를 발표했다. 우선 앞서 밝힌대로 인디·소규모 개발사가 사용하는 유니티 퍼스널은 런타임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아울러 퍼스널 이용조건인 연 매출 10만 달러(한화 약 1.3억 원)를 20만 달러(한화 약 2.7억 원)으로 상향하고, '메이드 위드 유니티(Made with Unity)' 스플래시 화면 사용 요구 조건도 없앤다.
이어서 기업용 제품인 프로와 엔터프라이즈에는 런타임 요금제를 도입하지만 2024년 이후 LTS 버전으로 개발한 게임에만 런타임 요금제를 적용한다. 즉, 기존 게임을 LTS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그대로 서비스할 경우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요금 역시 1년 간 수익 100만 달러(한화 약 13.3억 원)와 설치 100만 회를 모두 달성한 개발사에만 부과한다. 개발사는 ▲월 수익 2.5%를 내거나 ▲매월 신규 유저 수에 따른 런타임 요금 중 비용이 낮은 쪽을 선택해 낼 수 있으며, 관련 수치는 개발사가 유니티에 제출한다.
유니티 마크 휘튼 부사장은 방송을 시작하며 “자사는 신규 런타임 요금제를 발표하기 전 피드백을 더 많이 반영했어야 했다”며, “신뢰를 얻는 것은 어렵고, 잃는 것은 쉽다는 것을 안다. 게임 개발 커뮤니티에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휘튼 부사장은 요금제를 변경하는 이유에 대해 "유니티를 위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고, 엔진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나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일련의 사태는 지난 12일, 유니티가 다운로드 수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런타임 요금제를 발표하며 시작됐다. 이에 대해 인디 및 소규모 개발사는 매출 및 비용 지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변화를 긴밀한 협의 없이 발표한 점에 큰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실제로 유니티 엔진 요금제 변경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유니티 광고 플랫폼 사용을 중단하는 연대활동에 개발사 500곳 이상이 참여했고, 테라리아로 잘 알려진 리-로직은 자사 게임을 유니티로 만들지 않았음에도 유니티를 대신할 대안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 오픈소스 게임엔진인 고도와 FNA 엔진에 각각 10만 달러(한화 약 1.3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A 개발자는 "장르에 따라 다르겠지만, 박리다매 식으로 운영되는 모바일 캐주얼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라며, "다운로드 수에 비례해서 요금을 낸다는 것이 이해가 안됐다. 매출에 비례하게 매겨진 요금이 아니라면 특정 개발사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파란게프로젝트 김태훈 개발자 역시 "엔진선택에 따라 언어공부와 IDE 환경도 달라지는데 그만큼 시간을 날린 걸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후 유니티는 기존 요금제에 대해 사과하며 계획을 수정하겠다고 밝혔고, 그 결과가 이번에 발표됐다. 이를 토대로 급한 불은 껐으나, 유니티에 대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요금제 변경에 대해 C 개발자는 "이번 요금제 변경으로 인디·소규모 개발사는 한 차례 안정 상태에 접어들었다. 다만 유니티라는 개발사에 대한 신뢰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D 개발자는 "기존에 출시한 게임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한 차례 숨을 돌린 기분"이라고 밝혔다.